2009 시즌 필리스에서 박찬호와 다정한 모습을 보인 클리프 리. 순(純)스포츠 |
[ 순(純)스포츠 : 문상열. 홍순국 ] 올 프리에이전트 시장의 최대어 클리프 리는 뉴욕 양키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거금 유혹을 뿌리치고 예상을 깨고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복귀했다. 5년 연봉 1억2천만달러와 6년째 2750만달러 옵션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저녁 리의 필리스행이 보도됐을 때 미국 언론의 반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리가 양키스의 돈과 텍사스의 정을 뿌리치고 애초 경쟁에 뛰어 들지 않았던 필라델피아로 복귀를 했기 때문이다. 리는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로는 마이크 햄튼, 배리 지토, CC사바시아에 이어 네번째 1억달러 연봉자다. 햄튼과 지토는 대표적인 ‘프리에이전트 먹튀’다.
사실 국내 정서를 대입할 경우 리의 필리스 복귀는 있을 수 없다. 2009년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며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스는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영입하려고 리를 시애틀로 트레이드해버렸다. 국내식 표현으로는 토사구팽이다. 국내 같으면 ‘나를 트레이드했어 니네 맛 좀 봐라’며 필리스의 제시를 일언지하에 거절했을텐데 리는 “필리스에서 편안하게 뛰었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복귀했다. 스포츠를 비지니스 마인드로 대하는 태도가 역시 프로페셔널답다. 필라델피아의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박찬호도 말했듯이 편안하고 화기애애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루저 뉴욕 양키스
FA 리의 쟁탈전에서 패자는 단연 뉴욕 양키스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면 실패한 시즌으로 평가되는 양키스로서는 선발진 보강없이는 당장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에게도 전력이 밀린다.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레드삭스는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에서 1루수 좌타자 애드리언 곤잘레스를 트레이드했고, FA 외야수 칼 크로포드를 7년 1억4천2백만달러를 주고 데려왔다. 선발진은 존 레스터(19승9패), 클레이 벅홀츠(17승7패), 존 랙키(14승11패), 마쓰자카 다이스케(9스6패), 조시 베켓(6승6패)등 5인 체제가 구축돼 있다. 양키스 선발진은 사바시아(21승7패), 필 휴즈(18승8패), A J 버넷(10승15패) 3명뿐이다. FA 시장에서 선발투수를 데려와야 한다. 레드삭스가 곤살레스와 클로포드를 영입한 터라 이제 양키스가 공격력에서 레드삭스를 앞선다고 할 수가 없다. 곤살레스는 투수들의 구장 펫코파크에서 한 시즌에 홈런 30개 이상을 때리는 정확도를 겸비한 타자다. 양키스 1루수 마크 테세이라와 견줬을 때 수비와 도루 능력을 제외하면 공격면에서는 오히려 앞선다.
윈터미팅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 순(純)스포츠 |
삼고초려 실패한 놀란 라이언
텍사스는 놀란 라이언 사장, 척 그린버그 공동구단주, 존 대니엘스가 리의 고향 아칸소 벤튼까지 3차례나 찾아가며 삼고초려를 시도했지만 영입에 실패했다. 리는 필리스 행이 확정된 뒤 14일 저녁 옛 동료인 이언 킨슬러에게 “함께 뛰었을 때 즐거웠다. 월드시리즈에서 보자”는 문자를 날렸다. 선발에 리가 없는 상황에서 텍사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지는 의문이다. 론 워싱턴 감독은 리의 필리스행이 결정되기 이틀 전 텍사스에 올 것이다고 장담을 하기도 했다. 기자들도 리가 뉴욕보다는 텍사스를 선택할 것이다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도 유명한 아칸소는 텍사스와 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시골이다. 복잡하고 미디어의 등살에 시달리는 뉴욕보다 텍사스가 훨씬 정서적으로 맞는다. 리의 그동안 스타일 자체도 텍사스와 어울렸다. 리 같은 스타일을 미국에서는 Low Key 퍼스널이라고 한다. 기자는 지난 2009년 리가 클리블랜드에서 필라델피아 트레이드가 확정된 날 LA 에인절스 덕아웃에서 그를 직접 취재한 적이 있다. 매우 평범했고, 트레이드 당일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는 모습에서 프로다운 면모를 느꼈다.
FA 클리프 리와 르브론 제임스
최근 5개월 사이 미국 스포츠의 최대 프리에이전트로 미디어의 관심을 끈 스타 플레이어는 메이저리그 리와 NBA 르브론 제임스라 할 수 있다. 두 선수의 임팩트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클리블랜드 프랜차이즈에서 활동해 서로 아는 사이다. 르브론은 리의 필리스행이 결정된 뒤 마이애미 방송에 출연해 FA로서의 심경을 털어 놓으며 리의 건투를 빌었다. 르브론은 FA가 된 뒤 지난 7월8일 ESPN의 1시간짜리 방송을 통해 거취를 결정했다. 스포츠 천국 미국다운 이벤트였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와 함께 사우스 비치에서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뒤 르브론은 공공의 적이 돼버렸다. 르브론은 6년 1억1천만달러에 마이애미 히트와 계약했다. 올해는 전망이 불투명하지만 3명이 함께 있는 6년 동안 최소한 3차례 이상의 우승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평가다. 미국 스포츠사상 FA 로 팀을 옮긴 상황에서 르브론만큼 비난을 받은 선수도 없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팬들은 르브론의 저지를 불태우며 광분했다.
론 워싱턴 텍사스감독은 윈터 미팅에서 리의 영입이 순조로울 것으로 이야기 했다. 순(純)스포츠 |
공격 경영의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제네널매니저를 꼽으라면 단연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이다. 미국 스포츠에서 스몰마켓의 구단으로 항상 경쟁력있는 팀을 만든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프로는 돈이다. 하지만 빈 단장은 과감한 트레이드를 무서워하지 않고 전문가적인 식견으로 오클랜드를 경쟁력있는 팀으로 유지시키고 있다. 다만, 돈없는 구단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아쉬움이 남는다. 오클랜드가 팀 허드슨, 마크 멀더, 배리 지토등 마운드의 신 3총사를 보유하고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게 단적인 예다.
이제 빈을 뛰어 넘는 제네널매니저가 눈에 띈다. 바로 필라델피아 필리스 루벤 아마로 주니어(45)다. 아마로 주니어는 메이저리그의 ‘아키텍처’로 통하는 팻 길릭 밑에서 구단 경영의 수업을 쌓았다. 길릭은 90년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월드시리즈 팀로 일군 주인공이다.
멕시코계 출신의 아마로 주니어는 길릭이 2008년 11월 현역에서 물러난 뒤 필리스 제네널매니저로 승격했다. 아버지가 메이저리거 출신이고 필리스에서 배트보이,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서 야구 선수를 거친 정통 베이스볼맨이다. 7년 가량메이저리그 내야수로 활동하며 통산 타율 0.235 홈런 16 타점 100개를 기록하고 은퇴, 필리스 프런트맨으로 변신했다.
필리스는 원래 만년 하위 팀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가끔씩 했다. 메이저리그 출범 원년 팀으로 불명예스럽게 가장 먼저 1만패를 기록한 팀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필리스는 2008년 우승외에도 해마다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박찬호가 올해 초 “월드시리즈에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가고싶다”며 뉴욕 양키스 멤버가 된 적이 있는데 전력상 필리스도 월드시리즈 후보였다. 필리스가 이처럼 강 팀이 된 배경은 길릭 전 단장과 아마로 주니어 현 단장의 작품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우승이 모두 감독의 공으로 돌아가지만 메이저리그는 단장이 팀을 만든다. 아마로 주니어의 공격경영은 리의 5년 1억2천만달러 계약뿐 아니라 2009년부터 잘 드러난다. 2009년 7월 젊은 유망주들을 희생하며 클리피 리를 클리블랜드에서 트레이드해왔다. 그리고 2년 연속 월드시리즈진출 결과를 얻었다. 2010시즌이 시작되기 전 우완 로이 할러데이를 영입하고 리를 트레이드했다. 모두가 고개를 갸웃한 트레이드였다. 할러데이는 정규시즌 퍼펙트게임, 플레이오프 노히트노런, 사이영상으로 보답했다. 정규시즌 트레이드 마감 때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에이스 로이 오스왈트를 영입,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의 길을 닦았다. 마운드의 힘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한 수 밀려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되자 아마로 주니어 단장은 플레이오프 사나이 리를 FA 시장에서 데려와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 마운드를 구축했다. 아마로 주니어는 실제 야구를 한데다 명문 스태포드 출신으로서의 명석한 두뇌까지 겸비해 짧은 시간에 메이저리그 최고 GM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프로야구에도 이런 능력자가필요하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클리프 리. 순(純)스포츠 |
로이 할러데이-클리프 리-로이 오스왈트-콜 하멜스-조 블랜튼. 미국 언론들은 메이저리그 사상 역대 최고 마운드라고 극찬하고 있다. 블랜튼을 제외한 4명의 선발투수는 다른 팀에 가면 모두 에이스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기량이 출중하다. 그런데 이 선발진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다. 하멜스의 경우 2011시즌을 마치고 FA가 된다. 현 기량이 유지될 경우 하멜스도 연봉 1억달러급이 가능하다. 오스왈트는 2012시즌이 구단 옵션이다. 바이아웃은 2백만달러이고, 구단이 옵션을 택할 경우 연봉은 1천6백만달러다. 따라서 올 스토브리그에 역대 최강의 마운드 구축은 2011시즌 한 해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모두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 필리스로서는 2011시즌 무조건 월드시리즈 정상을 탈환해야 한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사상 최강의 마운드는 어느 팀일까. 15일자 유에스투데이 인터넷판은 리의 필리스 가세로 역대 마운드 강한 5팀의 4인 선발로테이션을 올려 놓고 독자들에게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다.
1954년 클리블랜드 인디어스:얼 윈(23승11패)-봅 레몬(23승7패)-봅 펠러(13승3패)-마이크 가르시아(19승8패).
1965년 LA 다저스:샌디 쿠팩스(26승8패)0돈 드라이스데일(23승12패)-조니 포드레스(7승6패)-클라이드 오스틴(15승15패).
1971년 볼티모어 오리올스:마이크 쿠엘라(20승9패)-짐 파머(21승5패)-데이브 맥날리(20승9패)-팻 돕슨(20승8패).
1993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그렉 매덕스(20승10패)-톰 글래빈(22승6패)-존 스몰츠(15승11패)-스티브 에이버리(18승6패)
2011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할러데이-클리프 리-로이 오스왈트-콜 하멜스.
한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심각한 표정의 콜 해멀스. 순(純)스포츠 |
클리프 리의 영입으로 필리스는 단숨에 역대 최강 마운드 구축뿐 아니라 월드시리즈 영 순위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야구는 숱한 변수가 있다. 전력보강이 성적으로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안다. 심지어 NBA도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시가 가세해 팀이 180도 탈바꿈한 마이애미 히트가 초반에 삐걱거리며 에릭 스포엘스타라 감독자리마저 위태로웠던 게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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